무슨 일이 있었나

17일(현지시간·토요일) 프랑스 전역에서 학교 여건과 생활비, 공공서비스를 문제 삼은 시위에 50만명 넘게 모였고(정보당국은 20만명 정도를 예상했다), 18일까지 이어진 시위 일부가 폭동으로 번졌다. 상점 약 2,000곳이 약탈당했고 리모주 시청 등 공공건물이 불탔다. 다르마냉 법무장관은 2,513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가디언). 누녜스 내무장관은 19일 "경찰이 통제력을 잃었다"고 인정하며 사의를 밝혔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반려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19일 긴급 각료회의 뒤 "부분적이고 국지적인" 통행금지를 꺼냈다. 릴 등 북부 4개 도시에 19~20일 밤 8시~오전 6시,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과 레알 지구에 밤 11시~오전 6시 통행금지가 내려졌다. 총리는 필요하면 비상사태도 선포할 수 있다고 했고, 노조는 11월 5일 새 파업을 예고했다(가디언).

시장이 바로 반응했다. 19일 프랑스 10년 국채금리는 0.13%포인트 오른 4.9%가 됐다. 장중 기준으로는 9월 말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 폭이 될 흐름이었다(로이터, 장중 고점 4.94%는 가디언). 10월 초 기록한 4.99%는 2002년 이후 최고였다. 독일 10년물과의 금리 차(스프레드, 프랑스에 돈을 빌려줄 때 더 받는 웃돈)는 146bp(1bp=0.01%포인트)로 2주 만에 가장 컸다. 10월 초 기록한 160bp 가까운 수준보다는 낮지만, 9월 말 110bp 안팎에서 한 달도 안 돼 크게 벌어졌다. 이탈리아 10년물도 0.11%포인트 올라 4.58%가 됐다. 무디스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신용등급을 검토한다(로이터). 유로화는 달러당 1.1212달러로 0.24% 내렸다.

배경은 재정이다. 프랑스의 2025년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115.6%, 재정적자는 5.1%였다(가디언). 소수정부인 르코르뉘 내각은 연금 지출 등을 줄이는 2027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지만, 이번 사태로 개혁이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유럽·미국 10년 국채금리와 프랑스 스프레드

한국에 미치는 영향

① 장기금리다. 유로존 2위 경제의 재정 불안은 세계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오래 빌려줄수록 더 받는 웃돈)을 밀어 올린다. 같은 날 미국 10년 국채금리도 약 0.04%포인트 오른 5.14% 안팎에서 마감했다(로이터). 한국 국고채 장기물과 은행채 금리가 미국을 따라 오르면 고정형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차환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추정).

② 유로화다. 프랑스 국채의 해외 투자자 보유 비중은 2022년 초 약 48%에서 2026년 초 60% 가까이로 늘어(CNBC), 위험 회피가 커질수록 자금 이탈과 유로 약세가 빨라질 수 있다. 원화가 달러에 강세인 가운데 유로까지 약해지면 유럽 시장에서 한국 제품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진다. 9월 대EU 수출은 87억달러로 21% 늘었는데(산업통상부), 유로 약세가 길어지면 자동차·배터리·기계의 가격 경쟁력이 깎일 수 있다(추정).

③ 유럽 수요다. 생활비 시위는 이탈리아·벨기에 등에서도 열렸다(가디언). 재정을 조이려는 정부와 거리의 반발이 맞서면 유럽 소비와 공공투자가 함께 둔화하고, 이는 한국의 대유럽 소비재·완성차 판매에 시차를 두고 닿는다(추정).

프랑스 재정 불안이 한국 금리·환율·수출로 닿는 길

시나리오

기준(추정): 통행금지로 폭력 사태는 잦아들지만 시위는 11월 5일 파업까지 이어진다. 무디스가 등급을 내려도 다른 신용평가사를 뒤따르는 수준이라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코메르츠방크 분석대로 스프레드는 140~160bp에서 움직인다.

완화(추정):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적자 감축 경로가 확인되면 스프레드가 줄고 유로화와 세계 장기금리가 안정된다.

악화(추정): 비상사태 선포나 예산안 좌초로 10년물이 5%를 넘고 이탈리아로 번진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 안정 도구인 전달보호수단(TPI)을 쓸지 논쟁이 붙고, 세계 장기금리가 다시 뛰어 한국 채권·외환시장도 흔들린다.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리스크

첫째, ECB의 딜레마다. 9월 금리를 올린 ECB가 중동발 에너지 물가를 누르려 긴축을 이어 가려 할 때 회원국 국채가 흔들리면 금리 경로가 꼬일 수 있다. 이달 말 ECB 통화정책회의가 첫 시험대다(추정). 둘째, 정치 일정이다.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RBC 블루베이자산운용은 필요한 긴축을 공약하면 당선되기 어렵고, 공약 없이 밀어붙이면 거리의 반발을 부른다고 봤다(CNBC). 셋째, 수요 쪽 충격은 아직 숫자에 없다. 유럽 소매·소비 지표에 이번 사태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