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가 21일 발표한 '2026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는 867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3천명 늘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다. 같은 기간 정규직은 1천385만5천명으로 1만명 느는 데 그쳤다. 임금근로자 증가분 11만3천명 가운데 91%가 비정규직이었다는 뜻이다(계산값). 임금근로자 2천252만6천명 중 비정규직 비중은 38.5%로, 종전 최고였던 2021년 8월(38.4%)을 넘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증가는 고령층이 이끌었다. 60세 이상 비정규직은 318만명으로 13만5천명 늘었고, 전체 비정규직의 36.7%를 차지했다. 70세 이상만 129만명으로 40대 비정규직(118만4천명)보다 많다. 29세 이하(-6만4천명)와 40대(-2만명)는 줄었다. 김락현 데이터처 고용통계과장은 "청년층과 40대는 인구가 감소하는 연령대"라며 "청년층은 고용 상황 자체가 어려워" 비정규직 취업자 감소에도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연합뉴스).
형태별로는 시간제 근로자(같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 정해진 근로시간이 1시간이라도 짧은 근로자)가 438만2천명으로 15만2천명 늘어, 비정규직의 50.5%로 처음 절반을 넘었다. 한시적 근로자(계약 기간이 정해진 근로자)는 603만5천명으로 18만7천명 늘었다.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업이 186만7천명으로 가장 많고 11만2천명 늘었다. 돌봄·요양처럼 고령화와 함께 커지는 일자리가 비정규직 증가의 큰 몫을 차지한 셈이다(추정). 성별로는 여성이 496만3천명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57.2%다.
월급 격차는 역대 최대다. 최근 3개월(6~8월)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이 405만2천원으로 15만6천원(4.0%) 올라 처음 400만원을 넘었고, 비정규직은 211만2천원으로 2만4천원(1.1%) 오르는 데 그쳤다(이투데이). 차이는 194만원으로 1년 새 13만2천원 벌어졌고,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2.1%로 1.5%포인트 낮아졌다. 시간제를 빼면 비정규직 임금은 309만8천원으로 정규직의 76.5%다. 전체 임금근로자 평균은 330만5천원으로 10만원 올랐다. 비정규직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29.5시간으로 1.3시간 늘었고, 현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3년이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① 수출 호황의 온기가 고르게 퍼지지 않는다. 같은 날 관세청은 10월 1~20일 수출이 1년 전의 두 배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월급이 많이 오른 쪽은 정규직이고, 새로 생긴 일자리의 대부분은 짧은 시간·낮은 임금의 비정규직이다. 성장률 숫자와 가계의 체감이 엇갈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읽힌다(추정).
②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월급이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였다(국가데이터처). 기간이 달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정규직 임금 상승률 1.1%는 이보다 낮다. 실제로 살 수 있는 양을 기준으로 하면 비정규직 월급은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추정). 반대로 정규직 4.0%는 물가를 웃돈다.
③ 노후 안전망의 구멍이 커진다. 비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36.5%, 건강보험 가입률은 53.0%로 각각 0.6%포인트, 0.2%포인트 내렸다. 퇴직급여·상여금 수혜율도 모두 떨어졌다(이투데이). 일하는 고령층이 늘어도 연금 가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노후 소득 공백은 그대로 남는다(추정).
④ 금리 인상기에 약한 고리다. 한국은행은 7·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연 3.00%가 됐고, 오늘(2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연합뉴스). 소득이 낮고 불안정한 가계일수록 대출 이자 부담을 견딜 여력이 작아,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먼저 반응할 수 있다(추정).

시나리오
기준(추정): 고령 인구가 늘고 청년 인구가 줄면서 비정규직 비중은 당분간 30%대 후반에 머문다. 정규직 임금은 기업 실적을 따라 오르고 격차는 크게 좁혀지지 않는다.
완화(추정): 수출 기업의 이익이 설비투자와 고용으로 번져 정규직 채용이 늘면, 증가분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구조가 바뀐다.
악화(추정): 반도체 경기가 꺾이거나 내수 업종이 약해지면 시간제·한시적 일자리가 먼저 줄어, 소득이 낮은 가계의 충격이 커진다.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리스크
첫째, 숫자 읽기의 함정이다. 비정규직의 절반(50.5%)이 시간제여서 평균 월급이 낮게 나오는 면이 있고, 비정규직을 스스로 고른 비율은 68.0%로 오히려 0.2%포인트 올랐다. '나쁜 일자리가 늘었다'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 둘째,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다. OECD 기준으로 다시 세면 한국의 임시근로자 비중은 올해 8월 28.2%다. 지난해 기준(27.5%)으로 비교해도 일본(14.2%)·독일(11.5%)의 두 배 안팎이다(연합뉴스). 셋째, 이 조사는 8월 한 시점이다. 9월 이후 고용 흐름은 다음 달 고용동향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