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시장에서 같은 주에 두 숫자가 나왔다. 20일 공개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로는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의 51.0%가 월세였다. 21일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로는 올해 서울 아파트에 부과된 재산세가 3조2,723억원으로 처음 3조원을 넘었다. 하나는 세입자의 이야기이고 하나는 집주인의 이야기지만, 둘 다 서울 집값 오름세가 만든 비용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은 것은 월세가 늘어서가 아니라 전세가 크게 줄어서다. 1~9월 월세 거래는 8만7,740건으로 1년 전보다 2.8% 줄었지만 전세 거래는 8만4,287건으로 27.5% 급감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은 43.7%였다(연합뉴스).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연간 월세 비중이 50%를 넘은 해는 없었고, 지난해 44.5%가 최고였다. 한겨레는 같은 자료를 월세 8만7,870건, 전세 8만4,357건으로 보도해 건수가 조금 다르지만(조회 시점 차이로 보임) 비중 51.0%와 전세 27.5% 감소는 같다.

월세가 전세보다 많은 자치구는 1년 새 4곳에서 13곳으로 늘었다. 중랑구는 월세 비중이 44.6%에서 64.9%로 뛰었고, 강남구도 48.6%에서 54.0%가 됐다. 값도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조사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1천원으로 1년 전보다 21만8천원 높고, 중위 월세(한가운데 값)는 120만원에서 140만원이 됐다. 전세가 줄어든 배경으로는 전세자금대출 규제, 기존 세입자의 계약 갱신 확대,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실거주 의무가 꼽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달 전세수급지수가 2020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집주인 쪽에서는 재산세가 크게 늘었다. 서울 아파트 재산세는 1년 새 4,781억원(17.1%) 늘었는데 납세자는 198만5,669명으로 3.0% 느는 데 그쳐, 1인당 재산세가 144만9천원에서 164만7천원이 됐다. 강남·서초·송파 3구가 1조5,552억원으로 서울 전체의 47.5%를 냈고, 1인당 333만7천원으로 노원·도봉·강북(49만9천원)의 6.7배였다. 아파트·단독·다세대를 포함한 주택분 재산세가 500만원을 넘는 사람은 10만6,799명으로 46.7% 늘어 처음 10만명을 넘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은 69%로 그대로였지만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8.6% 오른 영향이다(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과 재산세 추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

① 세입자 가계: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면 목돈 대신 매달 현금이 나간다. 평균 월세 166만1천원은 1년이면 약 2천만원이다(계산값). 같은 소득에서 주거비로 나가는 몫이 커지면 외식·여가 같은 다른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추정). 전세보증금을 모으며 집을 살 준비를 하던 '전세 사다리'도 약해진다. 매달 내는 월세는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어서 자산을 쌓는 속도가 느려진다(추정).

② 집주인의 계산: 보유세가 오르면 집주인은 그 부담을 월세로 메우려 하거나, 전세보증금보다 매달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를 선호하게 된다(추정). 서울 80대 이상 주택분 재산세 납세자는 23만5,808명으로 2012년(5만3,237명)의 4배가 넘는다(계산값). 소득은 적은데 집값만 오른 고령층에게 재산세는 현금 흐름 부담이다(추정). 정부가 8월 세제 개편 방침에서 비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 주택의 종합부동산세를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연합뉴스 보도), 내년 보유세가 더 무거워질 것이라는 기대가 월세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추정).

③ 금융: 전세가 줄면 은행의 전세자금대출도 줄어든다. KB 분석에서도 전세가격은 오르는데 전세대출 잔액은 줄고 있다. 대출로 버티던 수요가 월세로 옮겨 가면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늦어지지만, 그 대가로 세입자의 매달 지출이 커지는 셈이다(추정).

④ 정책 대응: 정부는 20일 국무회의에서 민간임대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100가구 이상 민간임대 단지의 임대료 인상률을 시·도 조례로 정할 수 있게 했고, 관리비·사용료 신고를 의무화했다. 27일 공포되고 6개월 뒤 시행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회의에서 인허가·착공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공급전격전'을 주문했다(청와대). 다만 이번 시행령은 민간임대 단지에 한정되고,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라는 핵심 원인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는다.

전세 감소와 보유세 증가가 세입자·집주인·금융·정책으로 이어지는 길

시나리오

기준(추정): 연말까지 지금 흐름이 이어져 올해 연간 월세 비중이 처음 50%를 넘는다. 신규 입주 물량이 적어 전세 매물 부족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평균 월세는 오름세를 유지한다. 재산세 부담은 강남·한강변을 중심으로 계속 커진다.

완화(추정): 공급 일정이 실제로 당겨지고 입주 물량이 늘면 전세 매물이 돌아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으로 실거주 의무가 일부 풀리면 전세 공급이 늘어 월세 상승 속도가 둔해진다.

악화(추정): 보유세 인상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집값이 계속 오르면 집주인의 월세 전환과 세 부담 전가가 동시에 빨라진다. 청년·신혼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커져 소비와 출산 결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리스크

첫째, 숫자의 잠정성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거래량은 계약일 기준 신고 자료라 신고 지연이나 계약 해제로 바뀔 수 있다. 둘째, 양극화의 세금화다. 재산세 증가율은 동대문구 27.4%, 금천구 3.8%로 자치구별로 7배 차이가 났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집값 격차가 세 부담과 구별 세수 격차로 굳어지고 있다. 셋째,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끝이다. 서울 전역 지정은 올해 말 효력이 끝나는데, 국토교통부는 16일 연장 여부를 "시장 상황을 보면서 판단"하겠다고만 했다(뉴시스).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 전세 공급과 집값에 동시에 영향을 준다. 넷째, 보유세 개편의 실제 내용이다. 정부 방침은 나왔지만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내년 집주인의 계산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