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일요일인 18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주택공급 선행지표가 개선되고 일부 시장 하향 안정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집값 흐름을 두고 '안정'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꺼낸 것이다. 근거는 강남권 하락, 매물 증가, 인허가 증가 세 가지다. 다만 같은 주에 나온 한국부동산원 통계는 서울 전체로는 아직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정부 진단과 시장 숫자가 어디서 갈리는지가 이 글의 요점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국토부가 든 첫 번째 근거는 강남권이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강남·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주 연속 떨어졌다. 9월 한 달 변동률은 강남 -1.65%, 서초 -1.25%, 송파 -0.45%였다(문화일보). 두 번째는 거래와 매물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월 8,900건에서 8월 4,600건으로 줄었고, 시장에 나온 매물은 약 7만4천건으로 연초(5만7천건)보다 30% 늘었다.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 비중은 지난해 10월 37.9%에서 올해 8월 6.1%로 내려갔다. 세 번째는 공급이다. 최근 6개월(3~8월) 서울 주택 인허가(지어도 된다는 허가)는 3만6천호로 1년 전보다 74% 늘어 10년 평균(2만8천호)을 넘었다. 같은 기간 착공은 1만7천호로 45% 늘었지만 장기 평균(3만1천호)에는 못 미쳤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오를 요인과 내릴 요인이 섞여 있다고도 적었다. 입주 물량 감소, 국민소득 증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구매력, 집값 상승 기대가 위쪽 힘이고, 기준금리 인상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 아래쪽 힘이다. 중장기로는 3기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하는 2028년부터 수급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연합뉴스).
그런데 사흘 앞선 15일 한국부동산원 발표(12일 기준)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동안 0.16% 올라 88주 연속 상승했다. 주간 상승률은 0.09%, 0.12%, 0.16%로 2주 연속 커졌다. 강남(-0.35%)·서초(-0.27%)·송파(-0.21%)는 내렸지만, 중랑·성북·노원 등 외곽은 0.3~0.4%대로 올랐고, 경기에서는 분당 0.79%, 군포 0.72%, 수원 영통 0.69%, 화성 동탄 0.66%가 뛰었다(뉴시스).

한국에 미치는 영향
첫째, 평균이 아니라 지도가 바뀌고 있다. 규제가 집중된 강남3구는 식고, 규제가 덜하거나 반도체 일자리와 가까운 곳으로 수요가 옮겨 가는 모습이다. 업계는 수원 영통 등 반도체 업계 출퇴근권으로 삼성전자 사내대출에 따른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본다(뉴시스, 업계 관측). 반도체 호황의 소득이 특정 지역 집값으로 먼저 번지는 구조라면, 정부가 말한 '안정'은 강남 가격의 안정이지 무주택 직장인이 사려는 집값의 안정은 아닐 수 있다(추정).
둘째, 대출금리가 사는 사람과 이미 산 사람 모두를 누른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은행들이 돈을 조달하는 데 드는 평균 금리)는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3.43%로 한 달 새 0.25%포인트 올랐다. 2년 3개월 만의 최고이자 3년 10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KB국민은행의 변동금리 상단은 6.04%, 우리은행은 6.20%가 됐다(연합뉴스). 변동금리 차주의 이자가 늘면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경로다(추정).
셋째, 대출 총량은 이미 꺾이기 시작했다. 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2천억원 줄어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 감소했다. 다만 이는 주가 하락으로 빚내서 하는 투자가 줄며 신용대출이 3조원 감소한 영향이 컸고, 주택담보대출은 3조3천억원 늘었다(8월 4조3천억원). 한국은행도 "강남3구와 용산구는 하락했지만 서울 여타 지역이나 경기 일부는 상승 흐름"이라며 주택가격이 가계대출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겠다고 했다(연합뉴스).
넷째, 세입자 부담은 별개로 커진다. 국토부는 전월세 매물 감소가 2024년부터 이어진 전국적 현상이며 주된 원인은 입주 물량 급감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8%, 경기는 0.19% 올랐다. 매매가 진정돼도 전세가 오르면 전세를 끼고 사려는 수요나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다시 생길 수 있다(추정).

시나리오
기준(추정): 강남권 약세와 매물 증가가 이어지고 금리가 높게 유지돼 서울 평균 상승률은 0.1%대에서 더 커지지 않는다. 대신 외곽과 경기 남부의 '키 맞추기'(덜 오른 지역이 뒤따라 오르는 현상)가 계속돼 지역 간 격차가 커진다.
완화(추정): 쌓인 매물이 실제 거래로 소화되면서 외곽 상승세도 둔해진다. 인허가 증가가 착공으로 이어지는 것이 확인되면 집값 기대가 꺾이고, 4분기 금리 재산정 부담은 소비 둔화로 나타나되 시장 충격은 크지 않다.
악화(추정): 반도체 성과급과 사내대출 자금, 전세 부족이 겹쳐 경기 남부 과열이 넓게 번진다. 정부가 규제지역을 넓히면 수요가 다시 비규제지역으로 옮겨 가는 '풍선 효과'가 반복되고,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 금리 정책 부담이 커진다.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리스크
첫째, 공급의 시차다. 인허가는 늘었지만 착공은 장기 평균의 절반을 조금 넘고, 정부 스스로 입주 개선 시점을 2028년으로 잡았다. 그 전 2년 동안 입주 공백이 전셋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 둘째, 금리 재산정이다. 변동금리 대출은 코픽스 상승분이 금리 재산정 때마다 차례로 반영되기 시작했다(추정). 셋째, 지역 쏠림이다. 반도체 호황의 소득이 일부 지역 집값에 먼저 반영되면 같은 직장인이라도 사는 곳에 따라 자산 격차가 벌어진다. 넷째, 통계의 착시다. 정부 진단은 강남권 하락에 무게를 두지만, 서울 전체 상승률은 2주 연속 커졌다. 다음 주간 통계에서 이 엇갈림이 좁혀지는지가 정부 진단을 가늠할 첫 숫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