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대통령지도위원회, PLC)의 라샤드 알알리미 위원장이 4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남은 영토를 되찾고 국가 권한을 전 국토로 넓히는 군사작전의 시작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라가 테러 민병대의 손아귀에서 해방될 때까지" 작전을 이어 가라고 지시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군 대변인은 후티(친이란 예멘 반군)에 무장 해제를 촉구했다(로이터·BBC·연합뉴스). 여기까지가 확정된 사실이다. 이미 LIVE인 비축유·호르무즈 기사는 공세를 '준비 중'이라고 한 줄 언급했을 뿐인데, 이번에는 정부가 직접 개시를 선언했다.
배경은 바브엘만데브 해협(홍해 남쪽 입구)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후티는 지난달 기습 공세로 이 해협과 홍해 연안 약 90마일(약 145km)을 손에 넣었다. 로이터는 2일 사우디 지상군이 아니라 예멘 정부군이 지상전을 맡고 사우디가 공습으로 지원하는 계획을 보도했다. 해협 주변만 치는 안과 여러 전선을 동시에 치는 안이 검토됐고, 규모에 따라 10만 명 이상이 동원될 수 있다고 했다. 사우디는 후티가 해협을 쥔 채로는 평화협상에 나설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전언도 전했다. 미국은 정보만 제공하고 직접 공습은 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사우디 홍해 항구 얀부를 지키는 방어 체계와 병력을 보내기로 했다.
전황은 아직 후티 쪽이 공세다. AFP는 후티가 4일 타이즈와 아덴을 잇는 보급로를 끊어 타이즈를 사실상 포위했다고 전했다(BBC 인용). 후티는 같은 날 리야드와 쿠라이스의 아람코 시설을 미사일·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정부는 확인하지 않았고, 과거 비슷한 주장을 '오도'라고 일축한 적이 있다(BBC). 시설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다. 블룸버그는 브렌트유 12월물이 5일 아시아 장 초반 배럴당 103달러를 넘었다가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고, 예멘 공세가 상승 요인이었다고 전했다(장중 시세이며 결제가는 아님).
한국에 미치는 영향
첫째, 원유가 들어오는 길이 걸려 있다. 호르무즈가 막힌 뒤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걸프 쪽 유전에서 홍해 얀부항까지 잇는 파이프라인)으로 원유를 얀부로 보내 수출했다. 얀부에서 아시아로 가는 배는 바브엘만데브를 지나야 한다. 케플러 자료에 따르면 이 해협을 지난 원유는 8월 하루 545만 배럴에서 9월 256만 배럴로 절반 아래로 줄었다(The National). 얀부항 선적은 9월 27일 재개됐고, 복구된 송유관 처리량은 하루 약 350만 배럴이다(WSJ 인용 한국경제). 이번 공세가 해협을 되찾으면 이 길이 넓어지고, 실패하거나 전쟁이 길어지면 좁아진다.
둘째, 한국 정유사의 11월 이후 원유 조달이다. 한국석유공사·대한석유협회 자료로 1~8월 사우디산 비중은 29.90%로 5년 만에 30% 아래로 내려갔고, 중동산 비중은 61.8%로 1986년 이후 가장 낮다. 미국산은 20.12%다(연합뉴스 5일). 이투데이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9월 중순 기준 9~10월 도입 물량을 평시의 90% 이상 확보했지만, 11월 이후가 문제다. 중동산은 한국까지 20~25일, 미국산은 약 40일 걸리고, 미국산 운임은 중동산의 두 배 수준이다. 미국산 원유 웃돈(프리미엄)도 9월 중순 배럴당 최대 24달러로 한 달 전 약 13달러에서 거의 두 배가 됐다(로이터 인용). 홍해 길이 막힌 채로 가면 비싼 대체 원유를 더 사야 한다. 그러면 원유 도입 단가가 오르고, 정제마진(제품값에서 원유값을 뺀 몫)과 국내 휘발유·경유값이 차례로 흔들린다(추정). 사우디 아람코와 장기계약 비중이 큰 에쓰오일과, 미국산을 이미 섞어 쓰는 SK에너지·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는 받는 압력이 다르다.
셋째, 물가와 원화다. 원유 수입액이 늘면 무역수지가 나빠지고, 달러 수요가 원화 약세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 약세는 다시 수입물가를 밀어 올린다(추정). 석유류는 도입 시차 때문에 한두 달 뒤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해운·항공·석유화학처럼 연료와 나프타(석유화학 원료) 비용이 큰 업종도 함께 영향을 받는다.
시나리오
기준(추정): 전선이 타이즈·연안에서 몇 주 이상 맞선다. 바브엘만데브는 '열려 있지만 위험한' 상태로 남고, 사우디는 호르무즈와 홍해로 물량을 나눠 보낸다. 한국 정유사의 11~12월 조달 비용과 운임·보험료는 높은 수준이 이어진다. 완화(추정): 연안 탈환이 빠르게 진행돼 얀부발 유조선 통항이 회복된다. 원유 웃돈과 전쟁보험료가 내려가고, 국내 석유류 물가 압력이 한 박자 늦게 줄어든다. 악화(추정): 후티의 보복이 얀부·송유관·사우디 생산시설에 실제 피해를 낸 것으로 확인되거나, 해협 통항이 사실상 끊긴다. 사우디 수출 감소와 비축유 방출 효과가 맞서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한국은 연말 원유 조달·무역수지·물가가 동시에 압박받는다.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리스크
시장은 공세 '개시'에는 반응했지만, 예멘 정부군의 실제 전투력은 미지수다. 로이터는 친정부 세력이 분열돼 있고 지상군 성과에 결과가 달렸다는 분석을 전했다. 후티의 아람코 공격 주장과 정부군의 전과 발표는 모두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케플러 수치는 위치 신호(AIS)를 끈 유조선을 빼고 집계한다. 공세가 미국 중간선거(11월 초) 일정이나 이란·호르무즈 협상과 얽히면 홍해와 호르무즈 위험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이 글은 G7 비축유·호르무즈 협상(trump-gulf-unga-iran-decision-sep-2026-korea)과 OPEC+ 11월 동결(opec-plus-november-quota-oct4-2026-korea)을 다시 다루지 않는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홍해 출구를 둘러싼 지상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