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가 19일 발표한 9월 자동차산업 동향은 숫자 세 개로 요약된다. 국내 판매(내수) 14.3% 감소, 수출 금액 5.5% 감소, 생산 3.7% 증가다. 겉으로는 명절과 보조금 소진이 겹친 한 달짜리 부진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 변화가 함께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는 중국에서 만든 수입 전기차의 몫이 커지고 있고, 수출에서는 신차가 아니라 중고차 길이 막혔다.
무슨 일이 있었나
9월 내수 판매는 13만5천대로 1년 전보다 14.3% 줄었다. 산업부는 추석 연휴가 지난해 10월에서 올해 9월로 옮겨 오면서 평균 영업일수가 3일 줄었고, 신차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와 보조금 소진에 따른 전기차 판매 둔화가 겹쳤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동력원별로 보면 그림이 다르다. 하이브리드차는 4만6,229대로 11.1% 줄고 수소차는 365대로 72.4% 급감했지만, 전기차는 3만1,768대로 오히려 10.4% 늘었다(연합뉴스).
전기차 증가의 상당 부분은 수입차였다. 업체별 국내 판매에서 테슬라는 1만2,372대로 36.4% 늘어 현대차(4만9,022대)와 기아(4만5,963대) 다음 3위였다. 중국 BYD는 2,614대로 156.3% 늘어 6위에 올랐다. 승용차 모델 순위에서는 테슬라 모델Y가 1만1,421대로 그랜저(8,898대)와 아반떼(7,305대)를 제치고 1위를 이어갔다. 1~9월 누적으로도 모델Y는 7만3,123대로 1위 쏘렌토(7만4,933대)를 1,810대 차이로 쫓고 있다(연합뉴스). 국내에서 팔리는 모델Y는 테슬라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만든다(월요신문).
수출은 금액과 대수가 엇갈렸다. 수출 대수는 23만7천대로 4.1% 늘었는데 금액은 60억5천만달러로 5.5% 줄었다. 지역별로 북미(30억7천만달러, +9.2%)와 유럽연합(11억1천만달러, +15.3%)은 늘었지만 아시아(3억3천만달러, -60.0%)와 중동(3억5천만달러, -7.1%)이 줄었다. 산업부는 신차 수출은 늘었지만 중동 전쟁과 주요국의 규제 강화로 중고차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친환경차 수출은 28억9천만달러로 5.9% 늘어 전체 자동차 수출의 약 48%를 차지했고, 친환경차 수출 대수(9만8,803대)의 약 67%는 하이브리드차였다.
생산은 34만7천대로 3.7% 늘었다. 주요 완성차 업체가 임금협상을 타결해 생산 차질 물량을 만회했고, 일부 업체의 지난해 파업에 따른 기저효과(비교 대상인 작년 숫자가 낮아 올해 증가율이 커 보이는 현상)가 작용했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기아가 생산·수출에서 소폭 줄거나 제자리였고, 한국지엠은 생산과 수출이 각각 69.1%, 79.6% 늘었다(더리포트).

한국에 미치는 영향
① 국내 생산으로 이어지는 몫이 줄어든다. 9월 테슬라 판매는 전체 내수의 약 9%에 해당한다(13만5천대 대비 계산값). 테슬라는 국내에 공장이 없고 판매와 서비스가 중심이어서, 같은 금액을 써도 국산차를 살 때보다 국내 부품업체·생산라인으로 돌아가는 부가가치가 작다(월요신문). 올해 상반기 국내에 새로 등록된 전기차 가운데 중국에서 생산된 차는 6만9,513대로 35.0%였고, 1년 전보다 178.7% 늘었다(월요신문). 이 흐름이 이어지면 내수 판매가 회복돼도 국내 생산과 부품 주문은 그만큼 따라오지 않을 수 있다(추정).
② 정책 논쟁이 커진다.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은 국내 생산 세액공제 대상에서 전기차를 뺐고, 업계는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이형일 부총리는 11월 초 전기차 생산 현장을 찾아 업계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아주경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소비자의 친환경차 전환을 돕는 돈이지만, 국내 공급망 육성까지 목표로 삼는다면 보조금과 세제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쟁점이 된다. 산업부도 이번 자료에서 중국 업체의 해외 진출 확대로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적었다.
③ 소비자에게는 4분기 구매 시점이 문제다. 보조금이 바닥난 지역에서는 같은 차를 사도 실제 부담이 커진다. 국산 전기차를 기다리던 수요가 내년 예산이 풀릴 때까지 미뤄지면, 그 사이 자체 할인 여력이 있는 수입 브랜드가 빈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추정). 하이브리드 내수가 11% 넘게 줄어든 것도 신차 대기와 전기차 쏠림이 겹친 결과로 볼 수 있다(추정).
④ 수출은 신차가 버티지만 다변화가 약해졌다. 북미와 유럽 신차 수출이 늘어 버팀목이 됐지만, 아시아행 수출이 60% 줄면서 북미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9월 수출 금액의 절반 이상(30억7천만달러)이 북미에서 나왔다. 여기에 19일 원/달러 환율이 1,330.3원으로 2년 만의 최저를 기록한 만큼, 같은 대수를 팔아도 완성차 업체의 원화 기준 매출은 줄어들 수 있다(추정).

시나리오
기준(추정): 10월에는 영업일수 효과가 사라져 내수 감소 폭이 줄어든다. 다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BYD의 비중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이 다시 풀리는 내년 초까지 판매 회복이 더디다. 수출은 북미·유럽 신차가 이끌며 금액 기준 소폭 증감을 오간다.
완화(추정): 국산 신차가 출시되며 대기 수요가 풀리고, 11월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국내 생산 전기차에 대한 세제 보완이 마련된다. 중동 물류가 정상화되면 중고차 수출도 일부 회복된다.
악화(추정): 보조금 공백 속에 수입 전기차가 할인 공세로 점유율을 더 넓히고, 국산 하이브리드 수요까지 빼앗긴다. 중동 전쟁이 길어지고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수출 금액과 완성차·부품업체의 이익이 함께 줄어든다.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리스크
첫째, 9월 숫자의 착시다. 영업일수가 3일 줄어든 달이라 감소율이 과장돼 있고, 10월 숫자와 함께 봐야 실제 수요를 가늠할 수 있다. 둘째, 국내 생산 기반의 잠식이다. 판매 1위 모델이 수입 전기차라는 것은 내수 회복이 곧 국내 생산 회복이라는 공식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셋째, 북미 쏠림이다. 수출의 절반 이상이 한 지역에 몰린 상태에서 그 시장의 수요나 통상 조건이 흔들리면 충격이 커진다. 넷째, 한국지엠처럼 지난해 파업 기저효과로 크게 늘어난 숫자는 다음 달부터 증가율이 낮아질 수 있어, 생산 증가를 회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