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가 '감세'와 '시장 신뢰'를 한 연설에 같이 담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5일 오후 중의원 본회의에서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새 국회 회기를 열며 내각의 국정 방침을 밝히는 연설)을 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식료품 소비세를 낮추는 「소비세·지원금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것, 그리고 "통년(1년 전체)의 국채 발행액을 적절히 컨트롤하겠다"는 것이다. 연설 전문은 총리관저가 공개했다. 이날 오전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235%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로이터). 시장이 이 연설을 숨죽여 지켜본 이유다.
무슨 일이 있었나
감세는 그대로 간다. 다카이치 총리는 "가장 생활에 가까운 음식료품의 세 부담을 가볍게 하고, 소득에 따른 지원금을 함께 마련해 가계에 조금이라도 '여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부가 9월 15일 각의(국무회의) 결정한 대강을 보면, 2027년 4월 1일부터 2029년 3월 31일까지 2년 동안 음식료품 소비세율을 지금의 8%에서 1%로 낮춘다. 외식과 주류는 10% 그대로다. 아직 법률은 아니며 이번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재원에 대해서는 "시장의 신인(신뢰)을 얻도록 특례공채(적자국채)에 기대지 않고 확보하겠다.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만 말했다.
재정 원칙도 새로 꺼냈다. 국가·지방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낮추는 것을 핵심 목표로 두고, 기초재정수지(이자 지출을 뺀 나라 살림 수지)는 한 해가 아니라 여러 해 단위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경제·물가·세수·금리·이자 비용·시장 상황을 보며 연간 국채 발행액을 조절하고, "경제나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 필요한 대응을 기동적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노무라증권 전략가를 인용해 '기동적'이라는 표현을 정권이 처음 썼다고 전했다. 동시에 지출 상한(실링)을 두지 않는 다년도 「'강하고 풍요로운 일본' 투자 틀」을 새로 만들고, 향후 5년 국내 투자 경로를 담은 「일본 성장전략 실행계획」을 연내 내놓겠다고 했다.
시장 반응은 조용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5일 10년물 금리는 3.085%로 0.015%포인트 내렸고 30년물은 4.230%로 0.025%포인트 올랐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연설이 "특별한 매매 재료는 되지 않았다"고 했다. 10년물은 9월 25일 3.115%로 1996년 8월 이후 최고였고(지지통신), 다카이치 정권이 출범한 지난해 10월 21일에는 1.655%였다(파이낸셜뉴스, 닛케이 인용). 정부 안에서도 "시장 신인은 구체적인 숫자를 보여 줘야 얻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엔화는 5일 달러당 157엔대 중후반에서 158엔 근처를 오갔다(investingLive).

원유와 한국도 연설에 들어갔다. 다카이치 총리는 "원유 등의 특정 경로 의존을 줄이는" 조달 다변화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했다. FNN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 국회에 낼 원유 3법안은 호르무즈를 피해 도는 우회 경로 원유의 비싼 운송비를 원유 수입업자 납부금으로 만든 교부금으로 지원하고, 유조선 보험의 재보험이 막히면 정부가 일부를 메우며, JOGMEC(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가 대체 송유관에 출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일 틀을 포함해 안보와 경제 등 폭넓은 분야에서 관계를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연합뉴스). 회기는 12월 12일까지 69일이며, 정부는 감세 법안을 포함해 21개 법안을 낼 예정이다(교도). 7~9일에는 각 당 대표질문이 이어진다(이투데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
① 국고채 금리: 일본 장기물이 버티면 한국 장기물도 쉬기 어렵다. 9월 초 국고채 3년물이 4%에 다가설 때 시장은 미국·일본 장기금리 상승이 한국으로 옮겨 왔다고 봤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국 금리만 방향성이 달라질 여지는 많지 않다"고 했다(아시아경제). 10월 2일 국고채 3년물은 3.937%, 10년물은 4.365%, 30년물은 4.497%였다(연합뉴스). 재정경제부가 10월 국고채 발행을 계획보다 5조원 줄이고 3조5000억원어치를 되사들이기로 한 직후다. 이번 연설은 일본 국채 발행액 숫자를 내놓지 않아 일본 초장기 금리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그만큼 한국 장기물 금리도 외부 압력을 계속 받을 수 있다(추정). 장기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와 회사채 조달비용의 기준이 된다.
② 엔화와 원화. 10월 1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860원 안팎, 엔·달러는 157엔대였다(산업일보). 재정 걱정이 엔화 약세를 다시 부추기면 엔화로 계산한 일본 자동차·기계 수출품 값이 싸져, 같은 시장에서 겨루는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 부담이 커질 수 있다(추정). 반대로 구체적인 재원이 나와 엔화가 되살아나면 그 부담은 줄어든다.
③ 원유 조달 경쟁. 한국석유공사·대한석유협회 자료로 올해 1~8월 한국의 중동산 원유 비중은 61.8%로 1986년 이후 최저이고, 미국산은 20.12%, 미주산은 26.7%로 역대 최고다(연합뉴스). 일본도 호르무즈를 피한 원유를 늘리고 있다. 일본이 우회 원유 운송비를 제도로 보전하면, 일본 정유사가 미국·대서양 쪽 원유에 더 높은 값을 낼 여력이 생긴다. 같은 물량을 찾는 한국 정유사에는 웃돈 부담이 될 수 있다(추정). 연설에서 언급한 「아시아 에너지·자원 공급력 강인화 파트너십(POWERR Asia)」의 비축 체계·금융 지원은 한국이 협력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추정).

시나리오 (기준·완화·악화)
기준(추정): 집권 연합이 중의원 3분의 2를 넘는 만큼 감세 법안은 회기 안에 처리된다(교도). 재원과 국채 발행 규모는 12월 2027년도 예산 편성 때 드러난다. 그때까지 일본 30년물은 4%대 초반 고점 근처에 머물고, 한국 장기물 금리도 미국·일본 금리를 따라 오르내린다.
완화(추정): 연말 예산에서 보조금·조세감면 정리(이른바 '일본판 DOGE')로 구체적인 재원이 나오고 신규 국채 발행 규모가 시장 예상 안에 들어온다. 일본 초장기 금리와 엔화가 안정되면 한국 장기물 금리와 대일 수출 경쟁 부담도 함께 누그러진다.
악화(추정): 재원은 '추후 확정'으로 미뤄지고, 연말 방위 3문서 개정에 따른 지출 확대와 '기동적 대응'이라는 이름의 추가 재정이 겹친다. 일본 30년물이 고점을 다시 높이면 세계 장기금리를 함께 밀어 올리고, 한국 장기물 금리와 대출 금리,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경쟁 부담이 동시에 커진다.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리스크
첫째, 재원이 아직 숫자로 없다. 다카이치 총리는 8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내년도 신규 국채 발행을 40조엔 안팎으로 묶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 발언을 했지만, 이번 연설에서는 금액을 말하지 않았다(로이터). 둘째, '기동적 대응'은 양쪽으로 읽힌다. 로이터가 인용한 재정 담당 관계자는 이 말에 금리·환율 대응뿐 아니라 경기가 나빠지면 재정을 더 쓰겠다는 뜻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셋째, 2년 뒤 '세율 절벽'이다. 2029년 4월 음식료품 세율이 1%에서 8%로 되돌아가면 일본 소비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 넷째, 일본은행 변수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6일 오후 연설에 나서고, 10월 추가 인상 가능성은 시장 추정으로 약 4분의 1이다(investingLive). 원유 3법안은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국회 제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글은 9월 미일 정상회담(takaichi-trump-unga-china-sep-2026-korea)이나 엔화 약세를 둘러싼 미일 재무 라인 기사(us-japan-yen-trump-katayama-bessent-sep-2026-korea)를 다시 다루지 않는다. 다루는 것은 새 국회 회기를 연 일본 내각의 재정 방침이다.
